[2000년 3월, ‘장작 도둑 사건’의 전말]

[2000년 3월, ‘장작 도둑 사건’의 전말]

[2000년 3월, ‘장작 도둑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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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 자유게시판에 짧고 강렬한 글이 올라왔다.
“장작 도둑을 찾습니다. 어젯밤 제 창고에서 472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장작? 그것도 472개?

댓글에는 “장작이 사라졌다고요?”, “그걸 누가 왜 훔쳐요?”라는 반응이 가득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진지했다. 그는 평소 마을 한쪽에서 장작을 모으고 있었고, 그것을 정성껏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팝리니지에서는 이 이야기가 곧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장작 수사대”, “장작 탐정단 모집” 같은 글이 이어졌고, 장작 도둑을 찾기 위한 추리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어제 같은 서버에서 수상한 캐릭터가 창고 앞에 있었다”는 제보를 올리기도 했다.

웃긴 건, 장작이 거래 가능한 물건도 아니었고,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도대체 왜 가져갔을까? 수사대는 장작을 유독 많이 보유한 유저들의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번졌다.

며칠 뒤, 팝리니지 유저 중 한 명이 자백글을 올렸다.
“죄송합니다. 장작이 너무 정렬이 예뻐서 그만… 하나만 가져가려다 욕심이 났어요.”
댓글은 웃음바다가 됐고, 원래 글쓴이는 “정리해준 건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허락 받고요!”라며 너그럽게 용서했다.

그 사건 이후, 팝리니지에서는 장작을 상징으로 한 문화가 퍼졌다. 유저들끼리 ‘장작 선물하기’ 놀이가 생겼고, 어떤 이는 마을 한복판에 ‘장작 예술작품’을 만들어 게시판에 인증했다. 특히 ‘장작 피라미드’는 압권이었다. 999개의 장작을 쌓아 올린 그 작품은 많은 이들의 경외를 샀다.

심지어 한 유저는 장작을 소재로 한 노래까지 만들어 팝리니지에 올렸고, “장작 없던 우리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작은 유행을 탔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장작러”, “숲의 지킴이” 같은 별명도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한동안 창고 도둑 사건은 없었지만, 유저들은 장작을 볼 때마다 자연스레 그 사건을 떠올렸다. 장작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유쾌한 추억의 상징이 된 셈이다.

오늘날에도 팝리니지에서는 3월이 되면 “장작 도둑이 돌아올까?”라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누구는 농담처럼 쓰고, 누구는 그리운 이야기처럼 회상한다.

결국, 장작 472개는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 생긴 웃음과 추억은 더 큰 무언가로 남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이야기는 팝리니지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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